제4장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Client), 그들은 '대상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영어 단어 Client는 ‘전문가의 서비스를 받는 의뢰인’, 곧 ‘고객’을 뜻한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많은 학생들은 이 단어를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사람’, 혹은 ‘대상자’로 잘못 해석한다. 그렇게 되면 역설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은 자신—즉 사회복지사—가 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과연 이것이 타당한가?
오해의 뿌리: 사회복지의 공급자 중심 인식
한국 사회복지의 출발은 미군의 보급품을 분배하던 방식에서 그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그냥 나눠주기보다는 조건을 붙여서 나누자’는 식의 시혜적 복지 개념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무언가를 베푸는 사람, 즉 ‘공급자’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서비스를 받는 이들은 ‘수혜자’, 또는 ‘대상자’로 뭉뚱그려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라는 개념은 최상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고객을 의미한다. 마치 병원의 환자가 병원의 ‘고객’이듯, 사회복지 현장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분명 고객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많은 사회복지사는 여전히 클라이언트를 ‘도와줘야 할 대상자’ 정도로 인식한다.
근처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해보라. 과연 몇 명의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를 ‘전문적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가? 현실은, 그 수가 기대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전문성 없는 ‘서비스 제공’은 서비스가 아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복지사 스스로 고객을 대할 때 고객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으며,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도 최상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의료행위에 있어 프로토콜이 존재하듯, 사회복지 분야에도 구조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부족한 채 ‘지역특성화’라는 말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전문성의 부족을 지역특성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사회복지를 1차적 전달체계 수준에 머무르게 한다. 지역특성과 전문성은 서로 대체 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클라이언트, 그들은 이웃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비전문적’ 서비스를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고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고객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진정한 사회복지는 그들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정당하게 제공받는 ‘고객’이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측은지심으로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때때로 그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성을 갖춘 서비스로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의 맥락과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진정한 역할이다.
말뿐인 ‘클라이언트 중심’은 이제 그만
‘클라이언트 중심’, ‘욕구 기반 접근’이라는 말은 사회복지에서 수없이 반복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장에서 진심으로 실현되고 있는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진정한 전문가라면, 이제는 클라이언트를 ‘대상자’가 아니라 고객이자 이웃, 그리고 공동체의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
그 시작은 단순하다.
그들을 ‘대상자’라 부르지 않는 것.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사회복지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