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착각, 되풀이 되는 실패
<대통령 윤석열 탄핵 선고 장면>
최근 여론조사가 요동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요동치기를 바라고 있는 세력이 있는 듯하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낯설지 않은 기시감은 지난 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민의힘은 “압승”을 예고했지만, 현실은 참패였다.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정권이 중간 평가를 가볍게 본 결과였다. 여당의 오만함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거대 야당 연합이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냈다.
그 총선에서 유의미했던 점 중 하나는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 붕괴였다. 일부 정치평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사전투표 분석은 실체를 반영하지 못했다. 민심을 놓친 조사였고, 신뢰는 무너졌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민심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겼다. 최저 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면, 통합과 소통에 특히 주력해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처가 관련 비리 의혹’은 특검 요구로 이어졌고, 대통령은 이를 반복적으로 거부했다. 국민이 원하는 해명을 피했고, 불통은 계속되었다. 국정의 명분, 합리성, 그리고 보편적 가치라는 기본조차 외면당했다.
문제는 그 끝이 어디였는가 하는 점이다.
2024년 12월 3일,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전시상황도, 내란도 아닌 평시 상황에서 비상계엄령이 논의되고 실행된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서의 계엄령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는 하나, 그 명분과 맥락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지 못했다. 그 결정은 결국 지난 수년 간 이어진 불소통의 집약적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2025년, 대통령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탄핵되었다.
그의 탄핵은 단지 한 정치인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한 여당, 국민의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의 그들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무책임했다. 마치 대통령만의 문제였다는 듯 선을 긋기 바빴고, 반성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작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선택한 카드였고, 경선 당시부터 여론조작 논란과 정치 경험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당은 그를 ‘용병’처럼 활용해 권력을 창출했고, 그 대가를 지금에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탈당 소식에 일부 보수 진영은 또다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회피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 한 명의 퇴장이 아니라, 그를 만들고, 묵인하며, 함께 움직였던 정치 세력 전체에 있다.
6월 3일, 다시 한번 민심이 표로서 드러날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가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본인들이 국민을 낮게 평가하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제 국민은 본질을 꿰뚫어본다.
깨어 있는 시민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정치란 결국 책임의 예술이며, 국민 앞에서의 진심이 가장 큰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