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에 대한 짧은 생각
확증편향, 그리고 타블로와 부정선거
2025년 5월 29일(목), 사전투표 첫날.
포털사이트의 기사마다 어김없이 ‘부정선거’ 관련 댓글이 보란 듯 달리고 있다.
이미 대선에서의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만약 패배할 경우를 대비해 편향된 내용이 반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심이 아닌, 신념의 수준으로 고착된 상태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사람들은 자신이 기존에 믿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심리적 성향—은 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감사원이 아무리 **“문제없음”**을 발표해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타블로 사건의 데자뷔
우리는 과거, 비슷한 집단적 망상을 겪은 바 있다.
바로 2010년의 타블로 학력 논란이다.
당시 타블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단기간(3년 반)**에 모두 취득했다고 밝혔다.
사실을 듣는 이조차 믿기 힘든 스펙이었고, 사람들은 “그럴 리 없다”는 선입견에 빠졌다.
의혹은 **네이버 카페 ‘타진요’**를 중심으로 확대되었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수준의 집단공격으로 이어졌다.
그에 대한 불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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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단기간에 스탠퍼드 학·석사를 마칠 수 없다”는 편견이 지배했고, 이를 반박하는 모든 증거는 조작이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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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신과 인신공격: 타블로에 대한 질투, 감정,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학력조차 의심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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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심리와 익명성: 수만 명이 온라인에서 몰입적 공격을 가하며, 의혹이 곧 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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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비현실성: 한국식 교육 경험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학업 과정이 오해를 불렀다.
타블로는 스탠퍼드 공식 확인서, CNN 인터뷰, 졸업생 증언, 여권·비자·졸업장 원본까지 공개했다.
검찰 수사에서도 학력 진위는 명백히 입증되었지만, 타진요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
진실은 입증되었지만, 남은 건 타블로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상처였다.
진실보다 믿음이 우선시되는 사회
지금 우리가 맞이한 부정선거 논란 역시 이와 닮아 있다.
여론조사에서 총선 패배를 예측한 적은 없고, 다수는 보수 진영의 승리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였다. 민심과 어긋난 결과가 나오자, 결과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몇몇 유튜버들과 정치인들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식으로 왜곡된 내러티브를 퍼뜨렸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정선거’라는 구호는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전락했고, 거짓 선동이 보수 진영 내에서 확산되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 중이다
과거 타블로 사건처럼, 지금의 ‘부정선거’ 논란도 본질은 같다.
사실보다 믿음을 택한 집단심리,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확증편향, 익명성을 무기로 삼은 공격성. 선관위가 아무리 부정을 부인해도, 패배가 현실화되면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진실보다, 믿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언젠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졌을 때
또 부정을 외칠 것인지, 아니면 그때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