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의 대한민국, 그리고 그 이후
12월 3일의 대한민국, 그리고 그 이후 ― 합리성을 잃은 권력과 붕괴된 신뢰의 정치적 풍경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짧지만 충격적인 시간을 보냈다. 비상계엄령이 발효되었다는 소식은 전 국민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이 땅에서나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 여겼던 그 장면은, 더 이상 스크린 속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날 대한민국은, 법보다 위에 있는 힘과 그 힘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고, 겉으로는 평온이 회복된 듯 보였다. 그러나 그날 이후,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파고들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정권의 정책 실패나 돌발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사회적 왜곡을 집약한 결과였다.
무속, 믿음인가 조종인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무속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천공’, ‘건진법사’, ‘명태균’이라는 이름은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실 주변을 맴돌았고, 심지어 정책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정치는 상징을 다룬다. 대통령의 ‘신념’은 곧 국가 정책의 방향이 된다. 그 신념이 합리성과 공공이익이 아닌 사적이고 비합리적인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령이라는 초법적 조치가 그 믿음의 연장선에 있었다면, 우리는 과연 이 사태를 단순한 ‘정치적 판단’으로만 봐야 할 것인가?
소통 없는 권력, 대화 없는 정책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처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리고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은 단연 의대정원 확대였다.
정부는 2025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숫자의 근거는 불명확했고,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 불균형’이나 ‘공공의료 공백’ 같은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단순 인원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 방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남은 것은 국민과의 갈등, 의료계의 집단 반발, 그리고 정책 신뢰도의 붕괴였다. 대화 없는 정책, 설명 없는 행정, 타협 없는 정치는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국민은 설명받기를 원했고, 정부는 말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전쟁, 그리고 진실의 가치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언론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MBC, 뉴스타파와 같은 비판적 언론을 상대로 출입 제한, 법적 고발,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압박이 이어졌다. 언론의 보도는 팩트에 기반했으나, 정부는 감정으로 대응했고, 결과적으로는 더 큰 반발과 반격을 불러왔다.
언론은 완벽하지 않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기본 전제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그 기본을 무너뜨리려 했다. 감시받지 않으려는 권력,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고립된 성채가 된다. 언론을 ‘적’으로 간주하는 순간, 그 정권은 국민을 향한 통로마저 끊게 된다.
유튜브 정치, 현실을 왜곡하다
정치가 플랫폼에 적응해야 한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유튜브를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된 판단의 근거’로 삼은 듯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무속과 음모론, 허위 정보가 결합된 극단적 콘텐츠를 양산했고, 그것이 정권의 정무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관계와 검증 없이 재생산된 콘텐츠는 국민의 인식뿐만 아니라, 정책의 합리성마저 훼손했다. 판단은 흐려졌고, 국정 운영은 사적 감정과 지엽적 정보에 흔들렸다. 공공성과 책임감은 그 자리를 잃었다.
총선, 그리고 유권자의 심판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 평가였다. 결과는 참패였다. 여당은 고작 108석만을 얻었고, 정권 심판론은 여론을 압도했다. 그러나 정권 내부에서는 그 결과마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으로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는 국민적 냉소만 더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한다. 국민은 단순히 정책의 실패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국민은 소통 없는 권력, 공감하지 않는 정권,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을 심판한 것이다.
12월 3일, 그 날이 남긴 질문
12월 3일의 비상계엄은 사건이 아니라 징후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가 얼마나 쉽게 이성을 잃을 수 있는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가, 국민이 언제 어디서 위험에 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회적 알람이었다.
정치는 공감이다. 정치는 설명이고, 책임이다. 믿음과 정보, 소통과 비판, 공론과 진실이 연결되어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우리는 오늘도 그날의 질문 앞에 서 있다. 다음 12월 3일이 오지 않도록.
ps: 대선에 나온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부정선거며, 투표결과는 이미 확정되었는데? 굳이 거액을 뿌려가면서 대선에 출마한 이유를 모르겠다. 민주당이 개표조작을 했다면, 그들 역시 바보다. 나같으면 국민의 힘에 1석도 안주었을 것이고,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지도 않게 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개표조작? 왜 국민의 힘은 못하지? 분석의 능력은 있어도 조작의 능력은 없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