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의 그림자, 누구를 위한 비상인가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평온해야 할 대한민국의 밤하늘에 낯선 단어가 울려 퍼졌다. “비상계엄”.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 계엄령 선포 문건은 국민을 공포에 빠뜨렸다. 전쟁도, 내란도 없었던 그 밤에, 도대체 왜 대통령은 ‘계엄’이라는 칼을 꺼낸 것인가.
한국 현대사는 계엄령의 아픔을 뼛속 깊이 기억한다. 5·16 군사쿠데타, 유신헌법, 5·18 광주항쟁은 모두 계엄령과 군부의 통치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헌법은 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규정하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지 정권 보호용 비밀 병기가 아니다.
하지만 2024년 겨울, 정권 핵심부는 국민을 '잠재적 반역자'로 간주하며 계엄을 준비했다. 이 시나리오의 중심에 있던 인물은 다름 아닌 민간인 노상원이었다. 그는 전직 정보사령관 출신으로, 계엄령 선포문 초안과 포고령 1호, 계엄군 인사 배치안, 그리고 ‘비상입법기구’ 구성안까지 작성한 핵심 브레인이었다.
그의 수첩엔 경악스러운 내용이 기록돼 있다. 여의도 국회의원 30~50명, 언론인 100여 명, 시민단체 인사들 500여 명을 ‘수거’ 후 특별재판에 넘기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었다. ‘연평도 이송’, ‘북한 도발 유도’, ‘전시 체제로 전환’ 등 군사적 긴장 조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란을 준비하는 자의 손끝에서, 국가는 시나브로 무너지고 있었다.
계엄령 실행 문건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다. 이 문건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됐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공관에선 노상원이 20회 이상 드나들며 실행 방안을 협의했다. 대통령실은 이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고위 관료들이 문건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부정할 수 없다.
비상입법기구? 계엄하에 국회를 무력화하고, 군과 내각 중심의 통치체제를 구축하려던 기구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를 ‘불순세력’으로 규정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언론을 처단 대상으로 삼았던 계획. 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발상인가.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은 정반대였다. 권력은 국민 위에 있었고, 대통령은 침묵했다. 그것이 더 큰 죄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정작 법을 가장 심각하게 위반할 뻔한 계엄령 시도 앞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범죄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계엄은 법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합법의 외피를 쓴 폭력이다. 그 피해자는 언제나 국민이었고, 그 가해자는 항상 권력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침묵으로 이 사태를 덮을 것인가, 아니면 헌법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을 것인가.
다행히도 국회와 언론, 그리고 시민의 각성이 이 어두운 밤을 막아섰다. 민주주의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명은 위태롭다. 깨어 있는 시민과 언론, 사법부는 지금도 검증하고 물어야 한다.
“누가, 왜, 어떻게 계엄령을 꿈꾸었는가?”
계엄령은 국민의 권리를 잠재우는 가장 극단적인 정치적 선택이다. 그 선택의 순간에 국민을 ‘적’으로 돌린 자가 있다면, 그는 헌법의 적이며, 민주주의의 배신자다.
그남자가아내에게 님의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