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복귀가 던지는 국가 정상화의 상징성과 실익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전격 이전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전임 정부들이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구조에 대한 비판은 있어왔으나, 이를 실제로 옮긴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대담한 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실용성과 상징성 모두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그 상징성과 역사
청와대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다. 70여 년간 대통령이 거쳐간 역사와 상징이 고스란히 축적된 공간이다. 경복궁 뒤편에 자리잡은 이곳은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이자, 외교무대, 비상상황의 지휘소 역할까지 해왔다. 국가 의전의 격과 품격을 담보하고, 외교 사절이 방문해도 그 자체가 한국이라는 무형의 이미지로 작동해왔다.
청와대는 단절과 권위의 공간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동시에 통치의 품격과 전통, 안정성을 상징하는 ‘국가 얼굴’이기도 했다.
용산 이전이 낳은 문제점들
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와는 달리 ‘평면적’이다. 직선적이고 물리적인 거리의 축소가 소통의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지적된다:
-
안보적 불안정성: 국방부 건물을 개조한 용산 청사는 대북 위협 상황에서 취약하며, 전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
비용과 졸속 행정: 이전에 소요된 막대한 예산과 용산공원 조성 계획과의 충돌, 각종 행정 시스템의 혼란은 정치적 결단에 따른 졸속 이행의 결과로 지적된다.
-
상징성 붕괴: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이 갖는 ‘국가의 얼굴’로서의 권위와 상징성은 사라졌다. 대통령 집무 공간이 복합 쇼핑몰 옆에 위치하는 상황은 국가 이미지에 있어 부조화적이다.
청와대 복귀가 던지는 ‘정상화’의 의미
‘청와대로의 복귀’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회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다시금 정상국가로 회복되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
국민 통합의 상징: 청와대는 좌우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정치적 기억이 쌓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 다시 국정이 자리잡는다는 것은 통합의 상징이 된다.
-
전통과 현대의 접점 복원: 청와대는 조선 왕조의 공간과 공존하며 한국의 정치와 문화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이는 유구한 전통과 현대 정치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다.
-
외교적 위상 회복: 정상급 외교가 진행되는 공간으로서의 격이 살아난다.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이 용산에서 열린 이후 외교무대가 다소 위축됐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다시금 대한민국의 무게감을 되찾게 해준다.
공간의 정치가 아닌, 정치의 공간으로
공간은 권력의 거울이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행이 ‘권위 탈피’라는 명분 아래 시작됐으나, 그 공간이 ‘신중함과 안정성’ 대신 ‘혼란과 거리감’을 낳았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이재명 정부가 등장한 이후, 청와대 복귀 논의는 실용성과 상징성 모두를 고려한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공간을 옮겨 국정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새롭게 하여 공간의 정당성을 회복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공간정치다.
그남자가아내에게 님의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