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빈자리와 ‘극우화’의 종말 시나리오

1)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나
오늘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에서 장동혁 의원이 김문수 전 장관을 누르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당은 이미 ‘윤석열 탄핵 반대’ 강경 지지층을 겨냥한 노선 경쟁으로 기울어졌고, 장 대표는 그 중심에 서게 됐다. 며칠 전부터 유튜버와의 토론에서 탄핵 부정·계엄 정당화 논리를 비판 없이 호응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 흐름이 당심 결집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이 결과가 단순한 ‘지도부 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의 정체성—합리적 보수—가 더 멀어졌음을 확인시킨 사건에 가깝다.
2) 국민의힘, 정말 ‘해산’까지 가능한가
정당 해산은 대한민국 헌법 8조 4항과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최후의 수단’이다. 요건은 단 하나, 정당의 목적·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침해해야 한다는 것. 절차도 까다롭다. 행정부(법무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해산심판을 청구하고, 헌재가 인용하면 즉시 등록 말소·의원직 상실 등이 뒤따른다. 실제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이 이 절차로 이뤄졌다(8 대 1 결정).
그렇다면 국민의힘 해산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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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가능성: 이론상 가능. 다만 ‘목적·활동’이 헌정질서 파괴를 실질·현실적으로 초래한다는 높은 증명 부담이 있다. 거대 야당(현 ‘제1야당’이 아님)에 준하는 규모의 정당을 해산한 전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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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현실성: 현직 이재명 정부가 법무부를 통해 청구하는 순간 국내외 파장이 엄청나다. 2014년에도 표현·결사의 자유 위축 논란이 거셌다. 대규모 정치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에, 실무적으로는 ‘재창당 수준의 자정·분당·흡수 통합’이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해산은 ‘가능’하되 ‘현실적·현명한 선택’일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힘의 소멸은 법정이 아니라 정치시장 안에서의 수축과 분해로 전개될 확률이 높다.
3) 극우로 기운 국민의힘, 소멸의 ‘과정’은 이렇게 온다
최근 지지도 급락과 지도부의 강경화가 겹치며, 당의 미래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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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경쟁의 내로남불 구조 고착
공천·당직이 ‘충성 지수’로 배분되면 정책 역량이 탈락한다. 당내 이견은 ‘배신’으로 낙인찍히고, 외연확장 능력은 급격히 상실한다. -
지역정당화—TK 집중, 수도권 이탈 가속
강한 정체성 메시지는 핵심 지지층을 결속하지만 수도권 온건 보수·무당층을 밀어낸다. 재·보궐과 지방선거에서의 연쇄 패배가 당 구조를 TK 중심으로 재편한다. (최근 여론의 하방 압력은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
분당·신당·흡수 통합의 연쇄
합리보수·경제보수를 표방하는 비(非)강경파가 이탈해 중도 보수 신당을 띄우거나, 기존 중도정당·무소속 블록과 선(先)연대·후(後)합당으로 흡수된다. 잔존 정당은 ‘정체성 순도’는 높지만 의원 수·재정·인재 풀이 급격히 위축된다. -
브랜드 붕괴—정책의 빈자리
강성 레토릭은 많지만 경제·민생 어젠다의 구체 해법이 부재하면 미디어 주목도는 유지돼도 투표함에서는 패널티가 누적된다. 결국 자발적 재창당(간판 교체), 강제적 야권 재편 중 하나로 귀결된다.
체크포인트
① 전국 단위 지지율 20% 박스권 하방 이탈, ② 수도권 재보선 2연속 패배, ③ 원외 인사 중심의 당직·공천 확산 → ‘소멸 진행’의 경고음으로 보라.
4) 민주당·이재명 정부의 ‘발걸음’—정치지형을 어떻게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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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중 균형을 강조하며, 방미 정상회담에서도 충돌을 피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첫 회담에서 무역·방위비·대북 문제를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강대강 국내정치와 대비되는 외교의 탈정쟁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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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경제·지배구조): 국회는 어제 상법 개정(지배구조 강화·코리아디스카운트 완화)를 통과시켰다. 소수주주권 강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재계 반발에도 시장가치 제고를 겨냥한다. 정부·여당의 경제 어젠다 중심축이 공정·투명성 기반의 성장’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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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 대통령실은 12대 전략과제(코스피 5000, AI 3강, 인구위기 대응 등)**를 전면에 내세워 ‘성장·안정’ 프레임을 선점하려 한다. 이는 야권의 강경노선과 대비되는 정책 중심 정치의 복원 시도다.
이 구도에서 민주당이 택할 최적전략은 정책 선명성+중도 연성화다. 국민의힘이 강경 정체성으로 수축할수록, 민주당은 중도·온건보수 흡착력을 키우며 ‘튼튼한 중도 다수’ 구도를 굳힐 수 있다.
5) 보수를 살리는 길—국민의힘에 남은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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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기준의 교체’: ‘누구의 사람’이 아니라 정책 역량·윤리·거버넌스로 인선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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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3종 세트 재장전: ① 주거·가계부채·노동시장의 실용 해법, ② 안보·동맹에서의 책임감 있는 메시지, ③ 과학·기술·인구에 대한 장기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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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민주주의 복원: 당심=극심(極心) 구조를 끊고, 상향식 공천·이견의 제도화로 외연 확장을 복원해야 한다.
이걸 못하면? 소멸은 사건이 아니라 ‘느린 과정’으로, 이미 시작된 지지기반의 수축→분화→브랜드 소진의 트랙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 줄 결론
국민의힘의 미래는 법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헌정 해산의 요건과 정치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진짜 위기는 내부에서 자라나는 ‘정책의 공백’과 ‘외연의 포기’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와 지배구조 개혁으로 정책 중심 경쟁을 띄우며 중도를 흡수하고 있다. 이 비대칭이 지속되면, 국민의힘의 소멸은 해산(解散)이 아니라 소산(消散)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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